최근 한국을 방문한 길에 어느 지방의 한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꽤 근사한 사이즈의 예배당을 가지고 있는 교회의 주일 오전 11시, 대표적인 주일 예배였을텐데도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장의자에 사람들이 듬성듬성 앉아 있었고, 특별히 남성은 그 가운데서도 더 적었고 젊은 분들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리 만큼 예배에 긴장감은 없었습니다. 

이상하지요. 전도가 안 되어 이렇게 좌석이 비어있고, 남성들의 참여가 적고, 젊은 사람이 없으면 뭔가 위기의식을 느낄 것 같은데 그런 것은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사실은 그 지역에 사는 제가 아는 사람이 교회를 안 다니기 때문에 주일날 일부러 데리고 간 것인데도 이 분이 이 교회를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자신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담임목사님과 마주 앉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와 함께 간 사람과 친분이 있는 한 여권사님을 통해서 제가 목사라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고, 그러던 중에 제가 휴스턴 서울교회의 담임목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가정교회’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담임목사님 옆에 앉아 있던 사모님이 ‘가정교회가 뭐야?’ 하고 물었습니다. 나중에 확인 한 사실이지만 이 교회의 홈피에 들어가면 ‘목장사역’ ‘목장교회’이라는 말이 나오는데도 가정교회라는 단어는 처음 듣는 모양이었습니다. 그 때 담임목사님이 설명하기를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정확히 옮길 수는 없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응, 교회의 조직을 바꾸고, 구조를 바꾸고 그러는 것인데 우리의 상황과는 안 맞아서 못해!’ 

그 말을 들으며 느껴지는 것이 몇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가정교회에 대한 오해는 가정교회로 전환하려는 우리에게도 문제이지만 가정교회를 안 하는 사람들에게도 크다는 사실입니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가정교회 사역을 한다는 것은 구역조직 대신 목장을 조직하고 매주 모여서 밥을 함께 먹도록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보다는 교회의 근본정신을 회복시켜 가는 것입니다. 교회의 존재목적, 제자 훈련의 방식, 사역의 주체가 누구인가의 문제,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섬김의 정신, 즉 이제까지 모르고 있었고, 오해를 하고 있었던 교회의 근본정신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정신이 가장 잘 구현된 모습이 목장이지요. 따라서 목사님이 그 정신을 구현해 가는 과정에서 목장이 조직되어야 하지, 목장 조직만 만들어 놓는다고 그 정신이 구현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가정교회 진영의 바깥에 있는 분들이 가지고 있는 이런 선입견이 가정교회가 전파되는데 방해로 작용하고 있겠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요즈음 선교지역에서의 가정교회 전파는 뜨겁습니다. 그 이유중에 하나는 기존의 목회의 벽에 부딪친 사람들에게 가정교회라는 단어가 신선하기 때문입니다. ‘신약 성경에 나오는 교회의 모습이 가정교회였다. 따라서 우리가 그 교회의 모습으로 돌아 가야 한다‘ 라는 메시지는 가정교회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는 그들에게는 신선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서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가정교회라는 단어는 더 이상 신선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 잘못된 선입견을 가진 단어일 수 있습니다. ‘가정교회란 조직을 바꾸고, 매주 모이고, 밥을 먹는 것이야’ 그리고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면 그 누구도 가정교회를 하겠다고 마음먹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가정교회가 뭐냐고 묻는 사모님에게 ‘교회의 조직을 바꾸고, 구조를 바꾸는 것인데 우리의 상황과는 안 맞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목사님께 제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목사님, 가정교회를 전혀 오해하고 계시네요. 가정교회는 목장조직을 만들고, 매주 모이고, 밥을 먹는 문제를 논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잘못된 교회 정신을 바로 잡자는 운동입니다.‘ 그랬더니 답이 돌아왔습니다. ’교회 정신이 뭐가 잘못되었다는 말인가요?‘ 그래서 제가 얘기했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오늘날의 교회는 전도가 안 되고, 남자가 안 들어 오고, 젊은 사람들이 사라져 가잖아요. 1세기 교회는 그 반대였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교회가 뭔가가 잘못 되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것을 고민하는 운동입니다’ 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따라서 우리가 주변의 목회자들에게 가정교회를 소개하려고 할 때, 가정교회라는 단어에 이런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접근하면 좋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가정교회로의 전환을 생각하는 목사님들이 성도들에게 가정교회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부터 하지 말라고 권하는 것처럼, 우리도 주변의 목회자들에게 가정교회를 소개할 때 가정교회를 해 보라고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보다는 오늘날의 교회의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그런 현실에 대해 진정한 고민을 하도록 초대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