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서울교회에 연수를 다녀가는 분들이 놀라는 것 가운데 하나는 휴스턴 서울교회의 목자 목녀들은 참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사역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사명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어떻게 하면 우리 목자 목녀님들에게도 그런 사명감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가? 하는 질문들을 가끔 하십니다. 그럴 때마다 대답할 길이 막막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한두 가지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지는 않은 휴스턴 서울교회가 만들어온 가정교회의 정신의 집약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유를 한마디로 대답한다면 그들은 목자, 목녀의 사역을 본인의 '콜링'으로 받아드린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가 받아들인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게 되어 있습니다. 회사원들은 여기서 내 경험을 쌓고 인정을 받고 보수를 받겠다고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것이 만족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떠납니다. 그에 반해서 목회자들이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셨다는 거룩한 '콜링'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들도 목자, 목녀의 사역을 '콜링'으로 받아들이고 본인이 평신도 목회자로 부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다른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만약 목자가 어느 날 더 나은 직장의 오퍼를 받았다고 하면서 떠나야겠다고 교회에 통보를 하고 언제까지만 목자를 할 수 있다고 통보를 한다면 그는 그런 콜링이 없이 목자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에 비해서 목자를 콜링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그렇게 쉽게 떠나지 못할 것입니다. 일단 떠날 생각을 안 하고, 혹시 떠나더라도 수없이 고민한 끝에 하는 결정이 되겠지요. 

또 목자의 떠나게 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담임 목회자가 나서서 그 목장을 어떻게 할지, 누구를 대신 목자로 세워서 계속 지속되게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담임 목회자 역시도 그 목장이 그 목자에게 맡겨진 교회라는 생각보다는 내 교회이고, 내 사역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극단적인 예일지 모르겠지만 목자와 목회자가 목자사역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에 대한 단편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정교회를 세워가는 목회자가 조심하고 늘 기억해야 하는 것은 목자, 목녀님들이 이것을 자신들의 콜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것이 내 사역이고 내 교회이고, 성도들은 내 사역을 돕기 위해서, 나의 성공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이것이 그들의 사역이고, 그들의 교회이고, 내가 그들을 성공시켜주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으로 근본적인 생각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어느 정도까지 사역에 관여하고, 어느 정도까지 위임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이 정신이 바로 설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만약 담임 목회자가 목자의 사역에 세세히 간섭하고 관리하면 목자들은 내 사역이라고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그냥 버려두면 방치가 될 것입니다. 이 때 ‘담임 목사님이 목회에 있어서 나의 소중한 코치구나’ 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최선일 것입니다. 또 담임 목회자가 가정교회로 전환하는 로드맵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따라 드라이브를 하고, 결과에 조바심을 낸다면 성도님들은 이것이 본인의 사역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담임 목회자는 말 그대로 ‘리더(이끄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점에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행동이 어떤 인상을 주는 가 하는 것은 늘 고심해야 할 사항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또 한 가지는 가정교회에서는 누가 사역을 주도 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전통적인 교회는 보통 교회가 모든 사역을 주도하고 교인들은 이끄는 대로 따라옵니다. 교회가 전도 대회를 하자고 하면 교인들은 따라가는 것이고, 연극제를 하자고 하면 교인들은 또 그렇게 따라갑니다. 

하지만 가정교회의 정신은 조금 다릅니다. 가정교회에서는 교회가 주도하고 목장들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목장이 주도하도록 하고 교회가 이를 밀어주고 후원해 주는 방식이 되어야 합니다. 예전에 최영기 목사님이 언급했던 ‘교회와 목장의 관계는 교단과 개교회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말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교단은 절대로 개교회를 이끌고 나아가지는 않지요. 하지만 개교회가 혼자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밀어주고 후원해 주는 것처럼 가정교회의 사역에도 목장이 주인공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전도 대회도 목장이 본연의 임무를 잘 하도록 도우려는 고민 속에서 계획되어야 합니다. 선교 대회도 교회가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목장이 더 교회다운 본연의 사역을 하도록 돕는 고민 속에서 계획되어야 합니다. 다른 어떤 행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장의 사역을 돕기 위해서 사역이 준비되고 구상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럴 때 목회자의 사역을 성도가 돕는 것이 아니고 목자가 성공하도록 목회자가 돕는다는 가정교회 정신을 바로 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