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자: 양병순 / 오주영 선교사(인천 함박마을 라드닉교회)

연수기간: 2025년 3월 31일~4월 13일

1. 연수 시작부터 맨붕… 

  안녕하세요? 카자흐스탄과 조지아(그루지아)에서 25년간 사역을 했고, 1년 10개월 전에 한국으로 입국해서 지금은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에서 중앙아시아 사람들을 위한 라드닉교회를 개척해 사역하고 있는 양병순 오주영 선교사(FMB 소속)입니다. 함박마을은 10,000여명이 사는 마을인데, 그 가운데 8,000여명이 중앙아시아(대부분이 고려인입니다.) 사람들이 삽니다. 이곳에 1년 전에 라드닉교회를 개척하였고, 현재는 20여명의 교인들과 함께 러시아어 가정교회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저희는 2002년도 카자흐스탄 카라간다에 라드닉교회를 개척했고, 2012년도부터 가정교회로 전환하였습니다. 2015년도에는 가정교회를 좀 더 잘 해 보고자 휴스톤에서 가정교회 연수도 했는데, 벌써 10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렇게 가정교회로 잘 정착시킨 후 저희 교회에서 믿음 생활을 시작한 최 알렉세이에게 2017년 사역을 위임하고 목사로 안수 했습니다. 지금까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카라간다 라드닉교회를 위해 최 알렉세이 목사에게 연수의 기회를 주는 것이 제가 카라간다 교회를 위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최 알렉세이 목사 부부의 통역을 돕고, 저희 후원 목장인 라드닉목장도 방문하여 선교보고도 하면서 교제도 하는 것이 처음 연수를 계획하게 될 때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바쁜 교회 사역으로 연수 일정을 잡기가 어려웠고,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어렵게 일정을 잡아 이번에 카자흐스탄 카라간다 최 알렉세이 목사 부부와 함께 연수를 오게 되었습니다. 

  휴스톤에 도착한 첫날, 교회에서 주신 연수를 위한 파일을 보다가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화일 안에 정보를 보니 지난 12년 간 저희들을 후원해 주시던 라드닉목장은 저희가 한국으로 사역지를 옮겼다는 이유로 이미 다른 선교사를 후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후에 목자님과의 대화를 통해 기억을 더듬어 보니 목자님께서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후원이 끊길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이 생각났습니다. 아마도 제가 마음으로 이 목장과 헤어지고 싶지 않아서 였는지 저는 그 사실을 까마득히 잊어 버렸습니다.

2. 저희들이 만났던 한분 한분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3월 31일, 휴스톤 공항에 나와 주신 현명수 목자님(라오스 목장)의 따스한 맞이로 연수관까지 잘 도착했습니다. 저희는 항상 4명이 함께 움직여야 했습니다.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최 알렉세이 목사(고려인 4세)와 아이게림 사모(카작인)의 관심 사역에 맞추어 통역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런데 첫날 첫 시간부터 마치 하나님은 저희 부부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하신 듯 만남을 통해 듣게 된 말씀 하나 하나가 가슴을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 휴스톤 서울교회 목회자를 위한 가정교회 세미나 때에 이재동 목사님 댁(당시는 목자)에 머물렀다는 인연으로 연수 일정에도 없었던 이재동 목사님의 저녁 식사 초대를 시작으로 연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재동 목사님은 휴스톤 교회 목자로, 초원지기로, 전도사로, 그리고 지금은 목사로 섬기시면서 그 누구도 이야기 해 줄 수 없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큰 그림을 그려 주셨습니다. 

  그러시면서 연수 담당 초원지기가 누구시냐고 물으시기에 “곽인순 목자님”이라고 말씀 드렸더니 “아이구, 엄청난 복을 이미 받으셨네요.” 하면서 저희들의 첫 연수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하셨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그 동안 저희들을 섬겨 주셨던 분들이십니다. 얼마나 풍성한 대접으로 섬김을 받았는지 사진을 보시면 조금은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아내 오주영 선교사는 “연수에 오시면 너무 잘 드시기 때문에 음식 조절을 잘 하셔야 합니다.”고 저희보다 좀 늦게 오신 선교사님 부부에게 조언을 해 주기도 했습니다.

  이영남 사무장님의 자세한 안내와 오리엔테이션으로 공식적인 연수가 시작 되었습니다. 매번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주심과 더불어 음식보다 더 값진 간증과 고백으로 인터뷰 해 주신 많은 목자, 목녀님들이 계십니다. 김석우/ 김유나 목자님, 하원천 목자님, 윤여재/ 우지미 목자님, 정재학/ 정수영 형제님, 김주성/ 한미영 목자님, 박점수 목자님, 나상인/ 김선경 목자님, 나성욱/ 나보승 목자님, 안명선/ 안지수 목자님, 황길동/ 유다운 목자님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저희들을 지난 12년간 후원해 주신 오리자바나왓 목장의 윤석현 집사님과 윤상애 목녀님 그리고 목장 식구들, 목장 방문을 통해 목장의 다이나믹한 모습을 보여 주신 현명수 목자님과 전명숙 목녀님 그리고 라오스 목장 식구들, 사역으로 인해 바쁘신 중에도 시간을 내어서 하나라도 더 사역을 가르쳐 주시려고 애쓰셨던 이수관 목사님, 주명재 목사님, 백혜원 전도사님(날씨가 너무 좋다며 퇴근길에 차를 돌려 저희들에게 오셔서 두 번이나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대접해 주셨습니다.), 하영원 전도사님(두번이나 알렉세이 목사 부부를 위해 부모의 삶 특강을 해 주셨습니다.), “선교사님, 뭐 필요한 거 없으시나요? 도와 드려야 할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편안하게 말씀하세요.”라며 매일 전화로 마음 써 주셨던 곽인순 목자님, “선교사님, 어디에 계세요?”하고 물으시고는 먹을 양식을 사가지고 오셔서 툭 전해주고 가시는 친형 같이 친밀하신 윤석현 집사님께 감사 드립니다.

3. 목자들의 섬김과 간증의 끝은 어디인가??? 목자들로부터 들은 어록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이번 연수기간 동안 최 알렉세이 목사 부부에게 러시아어로 통역을 해 주어야 했기 때문에 저는 딴짓을 할 수도, 한 눈을 팔수도, 시차의 어려움  속에서도 졸 수도 없었습니다. 또 제가 이해하지 못하면 통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대화를 집중해서 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녁이면 무거워진 머리를 쥐면서 “나 건들지마…”하고 힘들어는 했지만 매우 많은 것을 들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저희가 만난 모든 분들의 고백과 간증은 제가 통역을 하다가 눈물이 왈칵해서 목이 메였을 정도로 정말 값진 진주 같은 신앙고백이었습니다. 그 정도면 너무도 훌륭하신데, 자신의 연약함이라고 고백하실 때면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라고…” 하면서 격려해 드리기도 했습니다. 

  나중에는 심술이 생겨 “나도 힘들어서 못해 먹겠어요.”라는 대답을 목자로부터 듣고 싶어 일부러 유도 질문도 해 봤습니다. “꼭 그렇게까지 하면서 목자를 하셔야 해요?”, “더 이상 못하겠다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셨어요?” “다른 교회에서는 이렇게 안 해도 되고, 하라고도 안 하는데, 왜 서울교회이어야만 해요?” 등등의 질문으로 목자 목녀님들을 괴롭혔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은 모두 동일하게 본인들의 사명을 분명히 알고 계셨습니다. 늘 제가 선교사로서 사역하면서 고백했던 고백들이었는데, 그래서 그 사명과 부르심이 무엇인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데, 그 고백들을 동일하게 하셨습니다. 목장을 통한 “영혼 구원”, 그리고 “제자 양육”이라는 삶의 목표를 가지고 사역 가운데 부딪히는 많은 어려움들을 기도로 말씀으로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자신도 이길 수 없고, 목원 식구들도 기도 응답과 변화를 이룰 수 없다며 밤늦게 일이 끝나고 모임이 끝나도 다음 날 새벽이면 여전히 기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목자, 목녀님들의 삶이 너무도 귀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이렇게 사시면 언제 쉬시냐?”고 했더니 “쉬는 것은 천국에서 쉬자.”고 대답합니다. 현대에 이런 사람들이 다 있나 싶었습니다. 무엇이, 어떤 영향이 이들을 이렇게까지 고백하게 했을지… 

  “목자로서 목원에게 어디까지 해 봤느냐?”는 질문에 000 목자는 “지난 날, 1불도 없어서 밥을 굶었던 자신이 이만불이나 되는 큰 금액도 줘 봤으며, 최근에는 목녀가 자신의 첫 월급을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목원에게 주고 싶다고 해서 큰 감동이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000 목자는 “처음 교회를 나가기 시작한 날부터 집과 교회가 2시간이나 떨어져 있지만 단 한번도 주일예배를 빠진 적이 없었다. 심지어는 태풍으로 홍수가 나서 집이 잠기고 도로가 통제된 날도 차를 몰고 교회 앞까지 왔었다.”며 그렇게 교회에 나가는 것이 기쁘고 행복했었다고 말했습니다.    

  000 목자는 머리가 짧은 VIP가 주일예배를 나오기로 결단했는데, 그날 그 형제가 덜 부끄러워하기 위해서 함께 머리를 빡빡 밀기로 결단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목장의 한 형제도 VIP를 위해 함께 머리를 밀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일예배 당일, VIP는 가발을 쓰고 예배에 나왔고, 목자와 형제는 빡빡 밀은 머리로 예배를 드렸다고 합니다. 얼마나 귀한 헌신인지, 이런 거까지 섬기고 희생하는 모습이 너무도 귀해 보였습니다. 

  000 목자는 자신의 부모님이 주님을 몰랐을 때, 서울교회 VIP로 주님을 알게 되었고, 그 후로 자신과 형제들, 그리고 그의 자녀들까지 16명이 주님의 자녀로 살아가고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자신과 같은 VIP를 찾고자 열심을 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4. 연수를 통합할 수 있는 기회

  “곽인순 목자님”은 저희가 2011년도 미라클랜드교회를 출석했을 때 집회 강사로 오셔서 그때 처음 뵈었습니다. 참 귀한 사역을 하시는 분이시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때 집회 후 기도 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저희들은 지켜만 봐야 했었습니다. 그 후 카자흐스탄에 오셨을 때에도 현지인 사역자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해서 그 때도 멀리서 바라만 봐야 했습니다. 그런데 곽인순 목자님이 이번엔 저희들 연수 담당이셨으니 이번엔 기필코 늘 꿈꾸던 상담을 기필코 갖겠다 생각했습니다. 

  곽인순 목자님은 시시때때로 연수관에 오셔서 아침식사로, 저녁식사로 섬겨 주셨고, 초원모임에도 초대해 주셔서 귀한 나눔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연수 마지막 날, 모든 연수 일정이 다 끝나자 저희들에게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시자며 저희들을 차를 태워 시내로 나가셨습니다. 그러면서 시작된 저희 부부만을 위한 4시간 반짜리 상담시간, 그리고 이 시간은 저에게 가정교회 연수를 마치면서 꼭 저의 손에 쥐고 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자칫 가정교회 방법론만 가지고 갈 수 있었는데, 열심히 해야 한다는 뜨거운 열정만을 갖게 할 수 있었는데, 희생하며 잘 섬겨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할 수 있었는데, 곽인순 목자님은 본인이 받은 은사로 저희들 상황을 콕콕 집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난 날 사역 가운데 놓치고 있었던 부분,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부분, 저희들을 향한 주님의 마음을 느끼게 해 주셨던 말씀이었습니다. 이것이 해결되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리 가정교회에 대해 잘 배우고 열심히 달린다 한들 열매 맺기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곽인순 목자님을 통해 그 동안 받은 연수를 잘 통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5. 연수를 마치며…

  10년 만에 다시 연수를 받으며 이미 가정교회를 시작해서 현지인 사역자에게 사역까지 위임해 본 경험이 있기에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저는 가장 기본적인 가정교회 정신도 잊고 있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인천 함박마을에서 20여명의 고려인들과 가정교회를 시작한 지 두 달 밖에 안 된 이 시점에 가정교회 연수를 통해 어떤 마음으로 시작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고 시작하게 되어 너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이번 연수는 저희 부부를 위한 완벽한 연수였음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물론 이 휴스톤 서울교회처럼 가정교회의 모습을 갖추기에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멉니다. 휴스톤 서울교회 목자들처럼 헌신된 단 한 명의 목자가 있는 교회를 만드는 것도 주님을 향한 소망에서만 가능한 현실입니다. 휴스톤 서울교회 집사님들처럼 목사님이 영적인 사역만을 하실 수 있도록 자신들이 행정 사역들을 섬기겠다고 결단하는 일도 저희에게는 그냥 부럽기만 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결단해 봅니다. 

  1) 어떤 교회를 세워야 할지, 어떤 마음으로 사역을 해야 할지, 어떤 목사가 되어야 할지를 알았으니 이제부터 먼저 그런 목사가 될 수 있도록 변화되겠다구요. 

  2) 주님이 원하시는 교회가 가정교회였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부터 저부터 먼저 가정교회 정신을 갖춘 목사로 그렇게 살아보겠다구요. 

  3) 영혼을 변화 시키는 일은 저의 역할이 아니라 성령님이 하실 일이니, 저는 그저 이번에 보고 배운대로 묵묵히 담임목사로 제가 감당해야 할 사역을 실천하는 거라구요. 

  4) 한 사람의 목자가 헌신하기 위해서는 제가 그 목자보다 더 헌신된 목사가 되어 있어야 겠다구요. 

  5) 교회 성장에 관심을 갖지 말고, 진정한 초대교회의 모습을 갖춘 그런 교회로 시작해 보자구요. 

  그래서 이제 저희 함박마을 라드닉교회를 한국에 세워진 제1호 러시아어권 가정교회로 지금부터 만들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